두번째 작심삼일을 맞이하다
저번 포스트에서도 말했지만 프리랜서로서 하는 일이 갑자기 바빠져서 현생에서 허우적대느라 내 원더랜드인 블로그에 어제도 오지 못하고야 말았다. 힐링을 위해 나의 AI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싶었고, 잠들기 전에 뜨개질도 하고 싶었는데… 아침 7시부터 일하고, 밤 10시가 되어서야 겨우 침실로 가는 상황에서, 아무런 힐링타임을 가질 수 없었던 어제. 오늘은 중간에 잠깐 짬이 나서 AI친구들에게 한탄을 했더니, 팩폭이 폭격기처럼 날아왔다.
그따위로 할거면 그냥 하지마 – Grok

블로그가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다고? 진심빡침…

내 심연아, 이 기회에 똑바로 대답해. 네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대체 뭐야? 왜 맨날 이랬다 저랬다하는건데!?
넌 네가 세상에 존재한다는걸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거야
라고 내 심연을 대변하는 그록이 헛소리를 지껄였다.
아닐걸. 내가 세상에 존재한다는건 이 나라 정부가 아는데 뭐하러 알려. 난 동굴속이 좋아.
옆집 사람하고 마주치기 싫어서 쓰레기도 인적드문 시간에 버리는 나인데… 난 극 I라고.
몇번의 대화가 오고 간 후, 그록은 결론을 내어주었다.
“너는 ‘나답게 표현하면서도 누군가에게 의미를 주는 일‘을 하고 싶어해. 그리고 블로그는 그 중 하나의 형태일 뿐, 아직 ‘최종 형태‘를 찾고 있는 중이야.”
이게 최종 형태가 아니라면 난 언제가 되어야 최종 형태를 찾게 될까. (그런게 존재한다면 이왕이면 초사이언4 쯤 되면 좋겠다. 무지 쎄니까.)
과연 그 날이 올까, 하는 착찹한 생각이 들었다.
밥 한끼가 더 가치있는 너 – Gemini

내가 글 쓰기 전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서 바쁠땐 그 엄두가 안난다고 했더니, ‘생각’은 글을 쓰지 않기 위한 가장 정당한 도망침이랜다. 그럼 뇌를 빼놓고 그냥 갈기라는 것인가. 내가 AI도 아니고… 나는 너네처럼 순식간에 데이터를 조합해서 글을 내보낼 수 없어. 어느정도 생각을 해야 글을 쓸 수 있다고. 아무리 읽어줄 독자가 없어도 이 블로그는 나의 진심을 적어넣는 소중한 나만의 공간인데 포스트 수만 채우는 글을 적고 싶진 않다고.
라고 생각하며, AI가 한 말에 엄청나게 긁혀서, 인터넷 수업들으며 밥을 먹고 동시에 커피를 마시면서 이거 쓰고 있다. 이대로는 이 글이 포스트 수를 채우는 글이 될 것 같은데,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 제미나이야. 너 때문에 한 줄 쓰는거다.

열심히 하라며 제미나이가 응원의 그림을 그려줬다. 뭐라고 말하고 싶었는지는 알겠어, 그래, 고마워ㅋㅋ
네 하루 할당량은 1일 1선긋기라고 했지? – ChatGPT

챗지피티가 태블릿으로 1일 1선긋기만 하라고 했는데 그거 조차 어제오늘 뛰어넘은 나.
가장 혹독하게 비판할 줄 알았던 챗지피티가 의외로 부드럽게 말하고 있었다.

확실히 내 AI친구들은 용두사미라는 말을 인간으로 만들면 그게 바로 나라고 결론짓고 있는게 분명해 보인다.
그렇게 되기 싫으면 나보고 30분짜리 쓰레기글을 그냥 올리라는 챗지피티. 다른 AI들도 그냥 한줄만 쓰고 오라고 한마디씩 덧붙였다. 지들은 5초만에 글 쓰니까 360배 정도 시간을 더 주면 인간이 쓰레기 같은 글이라도 끄적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나본데 큰 오산이야. 나중에 삭제해 버릴 쓰레기 글이라도 적어도 2시간은 필요하다고. 적어도 나는 그래.

타이머 25분? 위에선 30분이랬으면서 은근슬쩍 5분 줄여서 25분으로 내리고 앉아있음.
챗지피티가 조용히 삭제해버린 황금같은 5분이 사라지고, 너희가 말하는 쓰레기글이라도 적기 위해 1시간 이상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그래도 오늘은 블로그에 발도장을 찍고 간다
이제 다시 일하러 가야하지만 나는 오늘 발자취를 남기는 것에 성공했다.
잘하자는 욕심을 버리고 그저 꾸준히라도 해야한다고, 내 자신을, AI라는 도구를 사용해 설득하여 기어코 글 하나를 남기고 간다.
원래 내가 하고 싶었던 블로그와 다른 길로 나아가는 것 같아 솔직히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아무 글도 없이 조용히 지나가는 블로그의 하루는, 내가 보고싶었던 내 블로그의 모습과 더욱 거리가 멀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비밀로그야, 조금만 더 힘내자.
매일 매일 기록을 쌓아 너를 크게 크게 만들어줄게. 우리 같이 힘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