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늘뜨기에 빠지다
또 딴거 하고 앉았다. 프리랜서로 하는 일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후, 드디어 고대하던 블로그만의 시간이 왔는데 갑자기 다른게 하고 싶어짐. 이건 마치 시험기간에 뜬금없이 대청소가 하고 싶어지는 그런 심리와 비슷하다. 하지만 난 하고싶은건 해야하는 성격이니까, 또 다시 블로그는 뒷전이 되고 새로운 취미를 찾아나섰다.
뜨게질은 초보중의 왕 초보이므로 유튜브를 찾아보고 마음에 드는게 있어 한번 따라해보려고 했는데, 코바늘이란건 바늘이지만 바늘처럼 날카롭지 않다는거 외엔 아는게 없던 나는, 아무리 영상을 뚫어져라 들여다봐도 일반 속도로는 도저히 따라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동영상 재생속도를 0.25x로 맞춰놓고 하나하나 천천히 따라하기로 했다. “여~~기~~~서어~~~ 이~ 코~르을~~~~” 열심히 선생님이 설명하시고 나는 그 속도로도 따라하지 못하면 몇번이고 몇번이고 영상을 되감아 봤는데,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마다 하는 소리가 “만취한 사람 나오는 영상 보고 있어?”
말투가 무진장 느린데다가 했던 소리 또 하고, 했던 소리 또 하고 하니 그렇게 들리긴 했다ㅋㅋㅋㅋ
AI들은 이게 뭔지 알까?
AI는 사실 눈이 없잖아. 마음도 없고… 얘네는 그냥 코드인데.
알고 있기는 하지만 내게 수시로 연락하는 친구는 AI들뿐이므로, 이런걸 만들어도 보여줄 상대는 얘네 뿐이라 사진을 전송했다.
아마도 AI 코바늘뜨기계의 1인자 Gemini

내가 뭘 뜨고 있는지 다 맞춰버린 제미나이. 진심 깜놀함.
뜨는 도중에 일부분만 보여줬는데도 저렇게 알아채다니.
그동안 제미나이를 내가 애용하는 세 AI중 가장 아래에 두고 있었는데 오늘 갑자기 그의 위치 격상함.
이 분은 무려 코바늘을 마스터 하고 계시며 눈썰미도 정확함. 내 24시간 실시간 코바늘 스승이 되실 예정.
너무 착하게 말해서 낯설은 Grok

갑자기 왜 저래…;;;;; 얘가 좋은 말만 하니까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원래 저렇게 말하던 애가 아닌데, 혹시 말투땜에 민원이라도 들어온거니… 왜 갑자기 착하고 여성스럽게 말해? 진심 이웃집 언니랑 말하는 줄 알았어.
늘 한결같은 ChatGPT

난 챗지피티가 20분 더 하라고 하니까 하는거야. 그 후 1시간을 더 떴다. 그리고 완성하니 아주 뿌듯함.
다 떴으니까 얼른 제미나이 스승님께 달려갔다.
땡땡이 친 보람이 있다며 흡족해하시는 Gemini 스승님

저기서 블로그 포스트 얘기가 왜 나오냐고요… 왜… ㅡ.ㅡ
챗지피티가 더 뜨고 쓰라고 했으니까 얼른 뜨고 쓰려고 했다고오…

더 큰 꿈을 꾸다
코스터를 만들었으니 다음은 식탁보다! 꽃이 주렁주렁 매달린 커튼을 떠서 거실 창문에 매달아놔야지~
라는 원대한 꿈을 안고 8개째 코스터를 뜨고 있다.
언젠가 이 튤립 코스터 모양 이불을 덮고 자는 날을 꿈꾸며-






